1. 있는대로 깔깔거리며 대책양과 헤어지고, 지난 사십팔 시간 동안 딱 세 시간 수면 상태를 경험했던 정신나간 정신상태에 드디어 안정을 되찾게 해주려고 마이홈스윗홈앗하하하 모드로 지하철에 몸을 싣자 마자, 전화가 울렸다. 이런 시간대의 교수님 직속 및 전용 애교덩어리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계신 석사 3년-_-;차 선배님하의 전화가 절대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일 년간 뼈저리게 내장 세포까지 경험해왔으나;_; 살짝 즈려밟고 모른 척 한다면 그것은 절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 또한 외세포까지 치떨리도록 잘 알고 있는 까닭에,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며 폴더를 확 열어제낀다. 되도록 시끄러운 잡음이 잘 들리도록 노력ㅡ할 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 문제?(이러고있다)ㅡ하면서 친구들과 이 세상이 내일이라도 당장 끝날 것처럼 미련없이 놀아제끼고 있다는 태 물씬 나는 하이 소프라노로.
ㅡ어머 선배,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나 자료 다 찾아놓고 정리하고 막막 다 그랬는데?
ㅡ응, 그거 때문이 아니고, 근데 너 바깥이야? 시끄럽네?
ㅡ아, 그래요? 전화받으려고 그나마 조용한 데로 옮긴다고 옮긴건데! 나 친구들이랑 놀고
있거든요. 선배도 알잖아요, 진짜 간,만,인,거!
없어보일지 모른다-_-;는 불안감은 자기 컴퓨터가 고장났다느니 집에 불시에 우환이 닥쳤다느니 메일이 도착하지 않았다느니 연구실 열쇠가 없어져 들어갈 수가 없다느니 하는 접시물처럼 빤한 거짓말 앞에서 부들거리는 입술 끝을 초인적인 인내심을 통해 당겨내리며 어쩔 수 없죠 괜찮아요 따위를 지껄여야만 했던 수많은 과거지사의 현실화 혹은 미래화에 대한 우려로 가볍게 밟아줬다. 내가 지금 여기서 신촌을 어떻게 가. 안돼. 절대. 이번만은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겠다!
2.훗. 교수님 바로 턱밑에서 딸랑딸랑 회식 분위기를 선도하던 선배는 린린이 오렌지걸 한번 들어야지!,라는 교수님의 말씀 한마디에 기어코 전화를 걸어주신 것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날 들먹거리는 걸 보니 이미 교수님 상태는 대략 안드로메다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듯 연구실 막내의 회식용 완전자방-_-; 쇼쇼쇼에 대해 놀림 반 귀여움-_-; 반(내정신아직안돌아왔댔어) 언급하신 것 뿐일텐데도 정말로 기어이, 해내고 만 것이다. 나는 마나님의 온갖 신경질을 암소리못하고 고스란히 들으면서 신촌을 향해 강변북로를 날으는 택시 안에서 당췌 내일의 일정은 얼마나 꼬일 것인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한 개도 없었다.
3.내가 '내 술버릇? 누구 본 사람 있어? 음하하하하하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본의 아니게 내게 유리한 고지를 선사하는 것이라면 '술이 참으로 늦게 오른다'가 있겠다. 술을 홀짝홀짝 마셔주는 습관 하에서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술이 늦게 올라주는 바람에 술자리 파장할대로 파장하고 신새벽 집에 기어들어와 옷 갈아입고 이 닦고 세수하고 파자마 레이스 나풀거리며 이불 곱게 끌어당겨 누워줄 수 있다. 그러나 잠깐 자는 듯 싶다가 몇 시간 못자고 난리에 난리를 치며 잠을 설쳐대면서 온집안을 굴러다니는 걸 보면 수면 중에 술이 오르거나, 그제야 오를 시간이 됐는데 잠을 자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어쨌든 그렇다. 선배들이 술집에 존재하는 술이란 술은 병까지 다 작살내자 가열찬 각오들을 한 거였는지 교수님 지갑을 박살낼 각오를 한 거였는지 그 작당들까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노래방이라는 3차 수순에서야 합류했는데도(그래 그래서 결국 오렌지걸 불렀다 왜-_-;) 이 정도면 나도 곧 안드로메다로 떠나겠군, 거기까지 가서 교수님이랑 만나면 또 일해야 할지 몰라! 어떡해어떡해어떡해;_; 그래 나는야 토성으로 가고야 말테다! 토성가서 달에 사는 토끼야랑 일촌맺고 룰루랄라,하시는 상태까지 갔다.-_-; 그리하여 터덜터덜 술에 푹 고아진 몸을 끌고 예상했던 것보다 내일의 스케줄님은 막막더더신나게 펑크나겠다는 생각에 자못 심란해하며 택시에 오르기 직전, 우리 딸랑딸랑 선배님하가 수고했다고(뭘? 압구정에서 친구들과 잘만 놀-고있다고알고있-던 애를 갑자기 신촌까지 불러올린거? 아니면, 앞으로 이주쯤은 사뿐하게 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할 '오렌지걸'을 또또 불러준거? 것도 아니면, 과하게 술을 들이킨 다음날엔 상태 대략 난감 지경인거 뻔히 알면서도 있는 대로 교수님 잔 나한테로 돌린거? 니가 양심이 있으면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르겠다곤 못할것이다, 어?)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참, 집에 가서 메일 좀 다시 보내. 연구실 컴에 저장하고 메일에서 지웠는데, 나 내일 학교 안가고 집에서 작업해도 될 거 같어. 참,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볼 거니까 가자마자 꼭 보내라?
4.저장저장저장저장저장저장........... 기말 때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나는, 마지막 수정 작업을 저장하지 않고 그대로 붙여넣었더랬다. 그래, 그렇습니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와 수정 전전단계 쯤일 논문들 첫 장 첫 구절 위에서 깜박깜박 남의 속도 모르고 무정하게 삼박대는 커서를 망연히 쳐다본다.
5.도대체 뭐랬냐고. 응? 내가 예전에 뭐라고 한건데, 응? 야 너 솔직히 말해봐바 너 이 말 알고 쓴거야 응? 잘 생각을 해보믄 말이야 생각이 날 수도 있기는 한데, 생각이 나게 하는 건 넘 어려우니까 우리 그러지 말고 그냥 생각을 직접 해 보는건 어떠까, 그럼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 수도 있자나 그자나 린린아 그지 응 내말이 맞지 응? 근데 또 그럴라니까 이걸 첫장부터 막장까지 꼼꼼히 다 읽고 그래야되네? 그러게 누가 이렇게 길게 쓰랬어 너 왜 이렇게 길게 썼어 너 왜 그랬어 니가 이거 좀 길게 쓴다고 하루아침에 로또 인생 탈 것도 아니고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길게 만들었어 왜왜왜왜왜 너 왜그랬어 린린아.....................;_; 대략 상태상 블랙홀 단계랄 수 있겠는 삼인칭 놀이를 해가면서 기어이 마침표 찍고 잊지말고 저장 버튼 쿡쿡 눌러주고, 그러고 났더니, 그렇다. 나는 술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올라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떡해야하나, 세상은 빙글빙글 돌고, 여울져 가는, 저 세월 속에,(야!!!!!!!!!!!!!!-_-;)
6.그렇다. 나는 제대로 술이 오르면 내가 술이 올랐는지 전혀 몰라주는 미덕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두려움에 떨며 돌이켜보건대(라는것은아침에연구실에서광속으로이성을되살리고나서다), 나는 이 지경에서도 논문 (이차)수정까지 끝내고, 심부름도 다하고, 오렌지걸도 불렀는데 이대로 자는 것은 뭔가 굉장히 억울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이게도대체무슨맥락인지는모르겠지만생각의수순이저랬던건기억이난다고.근데그럼간밤엔저게논리적인과관계가있다고생각했단말인것이냐..........) 그래서 무작정 이글루스의 태평양을 헤엄쳐 다니다가 그것도 시들해지고 나니 그 신새벽에 전화놀이도 했다(고기억이말해주네?진짜인정하고싶잖다........).
7.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멀어 나를 더욱더 지치게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는 한가하게 잠은 무슨, 당췌 도대체 무슨 짓들을 했는지 미치고 뜀틀 뛸 노릇으로, 기억은 나는데 뭔가 깨끗하게 전부다 기승전결 딱딱 순서 줄서서 열맞춰 기억나는게 아니라 그저 기억이 (나긴)난다,라는 데에만 전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진 기억,이 전부라는 것이 사실이었으므로 집에 가서 이글루스부터 뒤져보겠다며 굳은 심지를 품고 오긴 오는데, 그래, 집에 돌아오는 길은 때론 너무 멀었던 것이다.-_-; 그 길 위에서는 간밤의 전화놀이에서 신나게 아빠동생강아지,역할을 수행해주신, 전생에 악덕 기차게 많이 쌓으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에게 앞으로 잠수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문답 시간을 가져보았다.
8.ㅡi.진짜야진짜야내가그래써앙앙진짜란마랴나몬미더?응?응?꺄악어떠케어떠케냥냥냥>_<,
라는 총체적 난국 수준으로 귀염떨기.
ㅡii.결국 보면 뭔말인지 당췌 알 수 없지만 굉장히 논리적으로 하자없는 척 주구장창 말하기.
ㅡiii.아냐아냐그런게아냐잘생각안해봐도난진짜정상적으로평범한사람이라니까!,라며 떼쓰기.
등등이 문답을 통해 확인된 세 가지로 간추려진 나의 술 오른(게발견된) 후 작태시(라고한)다.
I.과 III.은 확인할 길이 없다. 내 기억상으로는 저 지경까진 아니었단 말이지. 그래 그렇다고, 설마 저 지경은 아니겠지. 약간의 과장이 있는 것일 것이야. 그럴거야. 응, 그럼. 그럴거야. 그럴 수밖에 없다니까? 어 그래 그럴 리가 절대 없다고. 진짜야 진짜라고 진짜랬어 진짜라니까........
그렇지만 II.에 대한 것은 빼도 박도 못하게, 사실로 밝혀졌다.(털썩)
...........................................................-_-;
진짜 막 응? 야 진짜 가관이 절창이더라.
너 미친거 아니냐? 야, 미친거 아니긴 니가, 참나, 야, 그냥 넌 미쳤어. 넌 그냥 미친거야!
..........................................................라고 신나게 자학 중이다.-_-;
세상에, 야 진짜 가관이 절창도 그런 금수강산이 따로 없고.
야, 진짜, 무슨, 와, 얼굴이 화끈화끈.
그래 난 이대로 공중에 해어질테다.
난 이대로 산산이 부셔져버릴테야!
생판 남의 글 덧글에다 에두르긴 했지만 딸랑딸랑 선배님하 비꼬기도 하고
막 미친 친한 척 하면서 암호로 그냥내리주구장창,
세상에 그 와중에 (아무맥락없이)쿤데라도 인용했더라?
아................ 나 진짜 미쳤나봐.TT
하필이면그사람은왜어제새글을올려서목록제일위에있었던거야왜왜왜왜!!!!!!!!!!!!!!!!!!!!!!!!!
라고 하면 되겠다 싶어 신나게 자판을 두드리다가 혹시,싶어 다시 보니,
그나마 새글도 아니어주셨다.
............'_' .................
와, 진짜 어디 갖다 붙이지도 못하고 완전 옴싹달싹빼도박도못하게 나 정말 완벽하게 마늘 판 거 아니냐고 이게............... 흑.TT
이에 그치지 않고 연구실 포털 게시판에다가는,(그래모두가알고있는그연구실맞다.......-_-;)
(뜬금없이)장마 싫다고 '투정'(아무리부정해봐도그건투정이다투정그것도거의앙앙떼쓰는수준으로)부리는 글도 갖은 분노의 범벅 버전, 아주 여얼심히 초등 이학년 숙제해내듯 써주셨다.
................. 하아. 내 이미지는 어쩌란 말이냐.<-
그러니까 이건 다 교수님 때문이라고. 그렇다고!
그래 맞아 그런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분명 교수님 때문이야.
................ 인제 교수님이랑 안놀거야.(결국이딴덤터기-_-;)
교수님, 미워할테다.
흑.-_-;